여의도 국회의사당 지하에 묻힌 와인, 그 비밀과 역사
1975년, 서울 여의도로 국회의사당이 이전될 당시,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선물을 땅에 묻었다. 바로 와인이다. 그것도 단순한 와인이 아닌 당시 국산 최초의 양산형 와인, **‘노블 와인’**이 국회의사당 해태상 아래에 묻혀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와인과 국회의사당의 상징적 연결
국회의사당 앞에는 동양 최대 규모의 해태상이 자리하고 있다. 해태는 불의 기운을 쫓고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상징적 존재로, 민주정치를 바로 세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해태상이 설치될 당시, 그 아래 깊이 10m의 땅속에 와인이 묻혔다는 것이다.
이 기이한 사건의 배경에는 해태상을 기증한 기업 해태가 있다. 해태는 당시 **국내 최초 양산형 와인인 ‘노블 와인’**을 생산한 회사였다. 화이트 와인이 화기를 쫓는다는 전통적 믿음과 해태의 상징적 의미가 결합해 와인을 땅속에 묻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와인은 특수 항아리와 석회를 사용해 100년 보존을 목표로 땅속에 깊숙이 묻혔으며, 2075년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산 와인의 역사: ‘노블 와인’과 ‘마주앙’
1960년대, 먹을 것도 부족한 시절에 쌀로 술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포도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 포도주의 가능성을 보고 국내 기업들에게 포도주 생산을 독려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1974년 해태가 **‘노블 와인’**을 출시했고, 1977년에는 동양맥주(현 OB맥주)가 **‘마주앙’**을 선보였다. 특히 마주앙은 이름 그대로 “마주 앉아 마신다”는 의미를 담아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미사용 와인으로 승인받아 쓰이게 되었다.
국산 와인의 쇠퇴와 수입 와인의 등장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주류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와인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국산 와인의 입지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이후 술 소비가 증가하면서 와인 판매량도 다시 급성장하고 있다.
‘가성비 와인’ 열풍: 이마트 와인의 성공 비결
국내 와인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된 배경에는 가성비 와인의 등장이 있다. 특히 이마트가 선보인 **‘5천 원대 와인’**은 전 세계 와이너리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해 생산 단가를 낮춘 결과물이었다. 이 와인은 뛰어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며 출시 1년 만에 200만 병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마트는 세계 각국의 와이너리를 직접 찾아다니며 대량 수입을 약속해 가격을 낮췄다. 이 와인을 개발한 주역이 와인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직원이었다는 점도 흥미로운 일화다.
2075년, 국회 해태상 아래 묻힌 와인
와인 한 병이 그 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처럼, 국회의사당 해태상 아래 묻힌 **‘노블 와인’**은 국산 와인의 도전과 변천사를 상징한다. 2075년, 이 와인이 개봉될 때 어떤 모습일지, 그때의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마주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과거의 와인 한 병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시대의 기억과 문화의 산물이다. 오늘날 가성비 와인부터 고가의 명품 와인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 와인 문화는, 100년 후에도 여전히 특별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작품 소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니발과 사군툼 공성전 (0) | 2024.12.19 |
---|---|
야쿠자에서 승려로, 그리고 캄보디아 귀족이 되기까지 (1) | 2024.12.17 |
이수스 전투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두 번째 승리 (0) | 2024.12.17 |
바슬루이 전투: 몰다비아의 결정적 승리 (1) | 2024.12.07 |
1066년, 왕좌를 향한 세 개의 길: 잉글랜드 왕위 계승 전쟁의 이야기 (1) | 2024.12.04 |